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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행필유아사

청화 2023. 5. 3. 03:39

"...자왈, 덕불고필유린이라 하시었으니 덕이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반드시 공명하는 자가 있으며, 만일 외롭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것이다 하시었다.  이건 이인편에 나오는 구절이고,
자왈, 삼인행필 유아사라. 셋이 길을 가면 반드시 하나에게 배울점이 있으며, 그중 선한자를 가려 따르고 선치 못한 자를 가려 본인의 잘못을 고치라 하셨다. 이건 술이편에 나온다.
공자는 이렇게 제자들에게..."

탁,탁. 느른한 오후의 교실에 분필이 칠판에 맞부딪히는 소리가 울리고, 창문은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교실로 들어오도록 열려있어, 창가의 이들에겐 펄럭거리는 커튼이 신경쓰이게 했다.
흘끗, 적갈발 머리의 소년은 칠판에 쓰인 한자로 시선을 고정한다.

'...탈무드 같긴한데, 꽤 재미없는걸.'

나른하게 턱을 괸 시선을 돌려 제 양옆의 이들을 응시한다. 바로 곁에 앉은, 짙은 갈빛머리에 오드아이의 소년과, 조금 거리를 두고 창가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어깨넓은 새까만 흑빛머리의 소년에게.
소년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가볍게 웃는다.

곧이어 울리는 벨소리에 선생님이 인사하고 나가자마자, 삼삼오오 저마다 각기 모여 수다를 떨거나 복도로 나가거나 했다. 그것은 소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 점심 뭐더라?"
"미역국, 소불고기 장조림, 멸치볶음, 사과주스팩일걸."
"어라, 경해. 기대돼?"
"밥은 항상 맛있잖아."

그건 그래. 하고 덧붙이는 갈발의 소년은 느리게 키득대었다. 그리곤 적발의 소년이 얼른 체육복으로 갈아입자고 등을떠미니, 앉아있기만 하던 흑발의 소년도 그제서야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소년들은 전부 체육복을 락커에서 꺼내어, 느리게 셔츠와 바지를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신발장으로 가 운동화로 갈아신고, 뒤축을 질질 끌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아, 더워."
"...수영장 가고 싶다."
"나도. 근데 조금 참아. 오늘은 반일제라서 오후는 동아리 활동이라던데. 맘껏 할수 있을걸."
"반일제는 좋아. 근데 기획이 힘들어."
"어, 인정. 아, 곧 대회잖아. 해참."
"아. 응. 출전 인원 때문에?"
 
수다를 떨던 그들은 빨리 빨리 안오냐! 하고 호통치는 체육선생의 엄포에 키득거리며 갑니다! 합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이내 체조를 간단하게 하고-학생회에서 체육부장을 맡고있다는 이유로 반의 체육부장도 경해가 떠맡았다.- 운동장을 한바퀴 가볍게 돌고, 오늘은 배드민턴 수행평가날이기에 짝지어 가볍게 몇번 치다가 테스트를 하고. 헉헉거리며 세 명의 소년들은 수업 마침종이 울리자마자 근교의 수돗가로 달려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처박는다. 누가 수영부 아니랄까봐. 하며 농담을 건네는 급우의 어깨를 한 명이 툭 쳐주고. 푸하, 시원해! 하며 물을 털어내는 이안이었다.

"아-. 역시 운동하고 나면 이게 좋더라. 안 그래?"
"나도 그래. 시원하잖아."
"경해는? 아, 배고파 보이네. 매점 가긴 촉박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