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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박물관 데이트

노을이 드리우는 시간, 박물관의 대문에는 [A rental]이라고 적힌 팻말이 달려있었다. 건물에 비친 노을빛이 주변 풍경과 묘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이 보였다. 고개를 들면 입구에 솟아있는 오벨리스크와 그 뒤로 보이는 높은 건물들의 향연이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 예술들의 흔적들을 방문객들에게 알려주듯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MUSEI VATICANI. 영어로 하면 MUSEUM BATICAN으로 읽힐 건물의 정체를 말하는 글귀가 새겨진 돌로 된 아치형의 입구를 지나는 두 남녀가 손을 맞잡고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남성은 허리까지 드리우는 긴 흑색의 머리카락에, 초콜릿처럼 어두운 구릿빛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유리구슬처럼 동공이 샛노란 푸른 눈이 별처럼 박혀있었다. 푸른빛의 정장위에..

커뮤 2022.05.07